(뉴스20 = 김상배 기자)= 월 8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데이터 제약없이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문턱을 KT가 확 낮췄다. 경쟁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동일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5G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동통신사들은 종전 LTE와 동일한 요금으로 5G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아직 대규모 망투자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가입자당 매출이 '수평이동'을 하는 셈이이서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8만원 이상이던 5G 요금 문턱, 6만원대로 낮췄다
KT는 현행 LTE 수준인 월 110기가바이트(GB) 대용량 데이터를 지급하면서 요금도 LTE와 동일한 월 6만9000원(부가세 포함)짜리 5G 요금제 '5G 심플'을 5일 출시했다.
이같은 행보는 현재 월 8만원 이상 지불해야 5G 서비스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5G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5G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고, 높은 보조금이 실려도 '고가 요금제' 일색인 5G가 부담스러워 가입을 미루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5G 품질에 대한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요금부담이 현행 LTE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이용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확 낮아질 전망이다.
앞서 이동통신 3사는 5G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대용량 초고화질 콘텐츠 서비스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데이터 이용량을 제한하는 요금제 대신 '무제한' 요금제를 주축으로 요금상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지만, 월 100GB 이상이라면 일반 이용자들의 데이터 수요에는 충분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5G 요금제 역시 KT를 필두로 경쟁사들이 잇따라 유사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법 개정이 이뤄졌어도 12월까지는 요금제 출시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가사업자로서 출시 시점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폭 넓고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양사 모두 '5G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2018년에도 LTE 요금경쟁 활성화 촉매역할
KT는 LTE 대용량 요금제를 선도적으로 출시하면서 LTE 요금경쟁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KT는 지난 2018년 6월1일, 월 6만9000원에 기본제공 데이터 100GB, 음성·문자 기본 제공인 LTE 대용량 요금제를 처음 출시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 '대용량 데이터요금제'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전까지 이동통신 3사는 'LTE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긴 했지만 월 기본 제공 데이터는 10GB 수준에 그쳤고 기본 제공량 소진 이후에는 속도제어로 데이터를 제공했기 때문에 무제한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당시 해당 요금제는 6만5890원으로 3사가 동일했으며 월 기본데이터 제공량도 10GB 안팎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KT는 3110원만 추가하는 월 6만9000원에 기본데이터를 10배인 100GB로 대폭 늘렸다.
이후 경쟁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와 유사한 6만9000원짜리 대용량 요금제를 줄지어 출시한 것은 물론 SK텔레콤은 월 7만5000원에 150GB를 제공하는 '패밀리 요금제'를, LG유플러스는 아예 속도제어가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8만8000원에 제공하면서 요금 경쟁이 활성화 됐다.
이번 5G 요금제는 무제한 요금제가 먼저 출시 되고 이후 요금제를 낮춘 대용량 요금제가 나온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높은 요금이 부담스러워 가입을 기피했던 이용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RPU '수평이동' 고민되는 경쟁사 "안할수도 없고"
다만 현행 LTE 요금제와 동일한 수준의 5G 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가입자당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어 이동통신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제한이 아닌 대용량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일종의 '요금제 마이그레이션'(요금을 낮춰 가입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LTE 가입자들은 수평이동을 하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면서 "아직 연간 수조원의 5G 망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만약 KT와 유사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는다면 자사 LTE 가입자들도 KT의 5G 요금제로 빼앗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사 요금제 출시는 이뤄질 것 같다"면서도 "다만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신중하자는 의견이 있어 시일은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경쟁사의 대용량 요금제는 연말쯤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5G가 우선 대중화 되어야 망투자 여력도 추가로 생기고 전반적인 매출 상승도 이뤄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보통신정책 전문가는 "현재 LTE망 포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5G 가입자는 생각보다 빨리 늘지 않고 있다"면서 "5G 요금제 문턱을 낮춰 LTE와 5G가 분산되면 망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